당신이 모텔 문 앞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당신이 모텔 문 앞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              img #1
영화 <내 여자의 남자친구>
 
평소 흠모하던 남성과 꿈에 그리던 합궁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마침 그 날 <쌍방울 여삼각 3호>를 입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촌스러운 속옷이 거사를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남자들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가슴 부위에 실리콘 패드를 덧댄 초대형(?) 뽕브라를 차고 데이트를 하던 도중 별안간 카 섹스의 기회를 맞았다.

열렬한 키스를 하다 보면 가슴으로 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

겉으로 더듬던 손이 옷 섶을 제치고 들어오려는 찰나, 친구는 상황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고 생뚱 맞은 STOP을 외쳐야 했다.

‘우리, 이러기엔 아직 일러…’ 하면서 말이다.

그 남자는 그녀를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진한 처자'쯤으로 생각했겠지만, 그녀는 뽕부라의 비밀을 고백할 타이밍을 놓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흐지부지 관계를 접고 말았다.

이렇듯, 여자가 섹스를 거부하는 건 비단 그녀가 생리 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절대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사실은 거짓말이다(미안하다. 가끔 그런 여자들도 있다.).

여자가 섹스 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강 ‘아직은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지는 않는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시겠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할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 쯤은 눈감아 줄 수 있는 분위기 아닌가.

영화나 드라마, 노래 가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고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재수없는 짓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녀가 생리 중도 아닌데 섹스를 거부한다면?

여러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여자가 그 날 먹은 음식의 양이 평소의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만성 소화불량과 변비가 있어서 이 부분에 관해서 라면 할 말이 많다. 특별히 많이 먹지 않았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답답할 땐 통 성욕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상대의 접근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본인은 사실 웬만해선 섹스를 거부하지 않는 타입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성적인 다이어트로 변비 증세가 심각한 여성들은 의외로 많다. 오죽하면 한 때 종로2가에서 <도를 아십니까?> 만큼, 기승을 부리던 학원 마케팅 중 하나가 <장이 안 좋으시죠?>였겠는가. 붐비는 인파를 지나가면서 슬쩍 멘트를 날리면, 지나가던 여자 중에 한 명이 솔깃해서 “어떻게 아셨어요?!”하고 뒤돌아 본다는 거다.

아무튼, 장이 안 좋은 수 많은 여성들에게 데이트 중 과식으로 인한 더부룩함이나, 물리적인 뱃살의 압박은 연인과의 모텔 행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바쁜 일상에 지쳐 머리를 안 감았거나 면도를 제대로 못 한 경우다.

여자가 무슨 면도냐 하겠지만, 그런 모르시는 말씀. 여성용 전용 면도기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시라. 깔끔한 현대 여성들은 대부분 다리나 겨드랑이의 털을 정기적으로 밀어 준다. (물론, 영구 제모 시술을 받은 여성들도 있겠지만, 흥! 부르주아 계급은 예외로 한다.)

남자들이 하루만 면도를 안 해도 턱 주위가 시커멓게 되듯이, 다리 털 또한 잠시 방심하면 까실까실... 절대 들이밀 수 없는 피부상태가 된다. 1회용 면도기라도 비치 된 모텔에서라면 어떻게 해 볼 수 있겠지만, 남자친구의 집이라든가 비디오 방 등에서 갑작스럽게 섹스의 기회에 맞닥뜨리게 되면 상당히 난처할 수 밖에 없다.

다리쯤이야 안 만지면 되지 않는가? 라고 말씀하지 마시라. 그런 섹스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앞서 말한 촌스러운 속옷을 입었을 경우와 비슷한 예로, 나일론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남자들은 스타킹을 안 신어봐서 모르겠지만, 이것이 하루 종일 신고 다니면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여자의 발에선 절대 꼬랑내가 안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바보 같은 기대를 무너뜨리기엔 우리 여자들의 마음이 너무 약하다.

스타킹을 신은 날엔 모텔에 가기도 그렇고, 비디오 방에 가기도 그렇다. 특히, 그게 팬티 스타킹이라면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꼼짝 없이 발 냄새를 들킬 수 밖에 없다.

남성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지만, 애타게도 하는 그것... 그것이 바로 팬티스타킹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연애질을 하다 보면, 작정을 하고 만나 섹스를 하는 때도 있지만 예기치 않게 눈빛이 통해 모텔로 향하게 되는 일도 많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섹스의 기회에 대비하기 위해 그럼 우리 여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 머리는 매일 감고, 면도도 매일 하고, 속옷도 항상 예쁘게 챙겨 입고, 섬유소를 듬뿍 섭취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스타킹을 신을 때는 항상 두 벌씩 준비해,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면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새 걸로 갈아 신고... 혹시 모르니 데이트 할 때는 항상 조금만 먹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여자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만큼 남자들도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걸까?

여자의 몸에선 향긋한 냄새가 풍기길 바라면서, 정작 자신은 이빨도 닦지 않고 덤벼드는 남자들이 있다. 간혹 있는 게 아니라 많이 있다. 남자는 선천적으로 잘 안 씻는 동물이라느니, 집에서 나오기 전에 샤워하고 왔다느니... 오만 핑계를 다 대가면서 말이다.

이런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하는 여자는 별로 없겠지만, 너무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못 이기는 척 참아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란 없는 법.

안 씻어서 여자한테 차인 비련의 주인공이 되기 싫으시다면, 잔소리 하기 전에 자기 관리들 좀 알아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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